[광주비엔날레] 《판소리,모두의울림》 (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 2024.09.07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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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을 맞아 30개국 73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모두의 울림》은 현시대 복잡성의 좌표를 그리는 시도이다. 분쟁적 국경, 반-이주 장벽, 감금, 사회적 거리 두기, 분리 정책… 언뜻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화두들은 ‘공간,’ 그리고 그 정치적 구조라는 공유지를 갖는다. 이산화탄소와 도시 생활, 사막화와 이주, 삼림 벌채와 사회적 투쟁, 동물 생태계 파괴와 식물 침입이 모두 잔혹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세계 지도, 새로운 위상학의 출현을 기후 변화의 주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판소리-모두의 울림》은 개인의 거처부터 인간이 점령한 지구 전역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오페라적 전시이다. 풍경(風景)이 곧 ‘사운드스케이프,’ 즉 음경(音景)이기에, 전시는 음악과 시각적 형식을 연결하는 서사로 구성된다.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판소리는 소리와 공간의 관계를 상징하는 한국 고유의 음악 장르이다. 한국어로 판소리는 말 그대로 ‘공공장소에서 나는 소리’를 뜻하며 주변부주체의 목소리로도 번역될 수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주위 살아 있는 형상들과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며 판소리 본연의 정신을 재현하고자 한다. 예술은 인간, 기계, 동물, 영혼, 유기적 생명체가 공유하는 공간, 우리 모두의 관계적 공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 역시 특정한 공간이다. 공간은 또한 페미니즘부터 탈식민지화, 성소수자 인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방 투쟁을 연결하는 매듭이며 공간의 구분은 언제나 지정학적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몇몇 작가는 인간의 존재로 포화한 현시대의 풍경과 도시 조건, 혹은 산업화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함으로써 공간 문제에 접근한다. 어떤 작가는 기계, 동물, 박테리아 및 기타 생명체와 대화를 나누거나 세계의 분자 구성을 탐구하며 공간 자체를 열어젖히고, 또 다른 작가는 우주적 규모로 작업하며 현대의 샤머니즘을 발명한다. 극한의 조밀함부터 사막의 광활함까지, 《판소리-모두의 울림》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오페라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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